
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제목만 들으면 효심 지극한 자녀들의 따뜻한 봉양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정반대의 상황, 즉 "출가했던 네 남매가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러(?) 다시 돌아오는" 짠내 나는 현실 격동기를 그립니다. 평생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고 이제야 겨우 부부만의 오붓한 노후를 즐기려던 찰나, 전세난과 실직, 육아 등 각자의 사정으로 짐을 싸 들고 본가로 유턴하는 자식들의 모습은 2017년 방영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고단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무인도의 디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박은빈이 주말극의 중심을 잡았던 시기의 작품으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그녀는 사돈댁 옥탑방에 얹혀사는 흙수저 작가 지망생 '오동희' 역을 맡아, 캔디형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단단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었죠. 총 50부작이라는 긴 호흡 속에 시트콤 같은 웃음과 스릴러 같은 복수극,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까지 꽉 채워 넣은 이 드라마의 매력을 에디터의 시선으로 꼼꼼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독립했다가 돌아온 '캥거루족' 4남매의 우당탕탕 동거기
이 드라마의 초반부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 시트콤'에 가깝습니다. 강남의 낡은 빌라 한 채를 지키며 살아온 한형섭(김창완 분) 부부의 평화는 자식들의 연어 같은 귀소본능으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첫째는 전세금 사기를 당해서 길바닥에 나앉게 되어 들어오고, 둘째는 며느리의 학업 뒷바라지와 육아 문제로, 셋째는 잘 나가던 사업이 망해서, 막내는 독립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기어들어옵니다. 이유도 가지각색인 이들의 귀환은 "가족은 짐인가, 힘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유쾌하게 던집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층간 소음보다 무서운 '가족 간의 간섭'이었습니다.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벌어지는 고부 갈등, 형제간의 눈치 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등 터지는 부모님의 모습은 우리네 명절 풍경을 50회 내내 보는 듯한 리얼함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 지지고 볶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해가는 과정은 주말 드라마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힐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박은빈과 이태환, 사돈 지간의 위험하고 설레는 로맨스
드라마의 한 축이 현실적인 가족극이라면, 다른 한 축은 박은빈(오동희 역)과 이태환(한성준 역)이 담당하는 청춘 로맨스입니다. 극 중 오동희는 빚 보증을 잘못 선 오빠 때문에 쫓기듯 사돈댁 옥탑방에 숨어 사는 처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사돈 총각이자 잘나가는 대기업 본부장인 한성준은 그야말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죠. 사실 사돈끼리의 연애라는 설정이 다소 파격적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아주 조심스럽고 서정적으로 풀어나갑니다.
박은빈 배우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사연 있어 보이지만 맑은 눈빛'을 십분 활용합니다. 노트북 하나 들고 도서관을 전전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는 그녀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응원하고 싶게 만듭니다. 특히 극 중반부, 오동희가 사실은 재벌가의 숨겨진 손녀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탑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박은빈이 보여주는 주체적인 태도와 이태환과의 순수한 케미스트리가 그 진부함을 설렘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미소 천사 김재원의 반전, 복수극으로 장르가 바뀌다
드라마를 보다가 "어? 이거 장르가 바뀐 건가?" 하고 놀라게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앞집 남자 이현우(김재원)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입니다. 살인 미소의 대명사였던 김재원 배우는 이 작품에서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한형섭 가족을 파멸시키려는 복수귀로 변해 서늘한 연기 변신을 보여줍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가 한형섭이라고 굳게 믿고, 치밀하게 그들의 삶에 침투합니다.
이 복수 코드는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이 늘어지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텐션 유발자 역할을 합니다. 한형섭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함정을 파는 현우의 모습은 스릴러를 방불케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원수의 조카인 한정은(이수경)과 사랑에 빠지며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이 딜레마가 후반부의 주요 시청 포인트가 되며,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선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50부작 주말극, 지치지 않고 정주행하는 꿀팁과 OTT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총 50부작의 장편 드라마입니다. 요즘처럼 12부작, 16부작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플별 골라보기' 전략을 추천합니다. 박은빈-이태환 커플의 풋풋한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그들이 나오는 옥탑방 씬 위주로, 김재원-이수경의 치명적인 멜로가 취향이라면 그들의 파트를 집중적으로 보는 식이죠. 물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난장을 피우는 거실 씬은 이 드라마의 백미이니 놓치지 마시고요.
현재 이 드라마는 웨이브(Wavve)와 왓챠(Watcha)에서 전 회차 스트리밍이 가능합니다. 넷플릭스에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MBC 온에어나 드라마넷 등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하기도 하지만, 50부작의 방대한 서사를 끊김 없이 이해하려면 OTT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화질 또한 OTT가 훨씬 안정적이므로, 박은빈 배우의 리즈 시절 미모를 고화질로 감상하고 싶다면 스트리밍을 권장합니다.
스포일러 포함: 오해는 풀리고 사랑은 이루어지는 꽉 닫힌 결말
※ 이 단락에는 드라마의 최종 결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수와 출생의 비밀로 휘몰아치던 후반부는 결국 '용서'와 '화해'라는 주말 드라마의 미덕을 충실히 따르며 마무리됩니다. 복수의 화신이었던 이현우는 한형섭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를 지키려 했고 현우를 보호하려 했던 은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뒤늦게 자신의 오해를 깨달은 현우는 형섭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며, 사랑하는 정은과 함께 뉴욕으로 떠났다가 1년 뒤 귀국해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재벌가 상속녀가 된 오동희는 자신을 괴롭혔던 작은아버지 방광진을 용서하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화려한 재벌의 삶 대신, 자신의 꿈이었던 작가로서의 소박한 삶을 선택하며 성준과의 사랑을 결실로 맺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엔딩 씬입니다. 북적거리던 자식들은 모두 다시 제 둥지를 찾아 떠나고, 텅 빈 집에 남은 한형섭 부부는 쓸쓸해하기보다 비로소 찾은 자유를 만끽하며 미소 짓습니다. "자식은 품 안에 있을 때가 아니라, 제 몫을 하며 잘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6개월간의 대장정은 따뜻한 여운 속에 막을 내립니다.
에디터의 총평: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장 현실적인 위로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들이 섞여 있지만, 결국 그 끝은 가족애로 귀결됩니다. 부모 세대에게는 '자식의 독립'이 주는 의미를, 자녀 세대에게는 '부모의 희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죠. 특히 박은빈 배우의 팬이라면, 그녀가 지금의 대세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필모그래피입니다. 이번 주말,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우시다면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정주행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