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연모’는 “남장을 한 왕세자”라는 파격적인 설정 속에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와 애절한 로맨스를 담은 수작입니다. 배우 박은빈이 서늘한 카리스마로 완성한 이 작품은 단순한 퓨전 사극을 넘어 ‘나를 찾아가는 투쟁기’로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복잡미묘한 인물 관계, OTT 다시보기 정보, 그리고 여운 가득한 결말(스포 포함)까지 핵심 내용을 정리해 드립니다.
살기 위해 죽은 오라비의 이름을 입다
드라마의 시작은 잔인할 만큼 비극적입니다. 조선 왕실에서 쌍둥이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고, 특히 여아인 담이(훗날의 이휘)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세손이었던 오라비가 죽게 되고, 담이는 살기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죽은 오라비의 삶을 대신 살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살얼음판이 됩니다. 목소리 톤을 낮추고, 가슴을 붕대로 조이며,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차가운 왕세자 ‘이휘’로 다시 태어난 것이죠.
제가 이 드라마에 몰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휘가 느끼는 ‘고립감’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한 곤룡포 속에 갇혀 자신의 숨소리조차 통제해야 하는 삶.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이 박은빈의 섬세한 눈빛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녀에게 왕좌는 권력이 아니라 감옥이었고, 남장은 취향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었습니다. 이 처절한 설정이 깔려있기에, 이후 전개되는 로맨스가 더욱 애틋하고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박은빈과 로운, 목숨을 건 비밀 공유와 연모
철옹성 같던 이휘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물은 첫사랑이자 세자시강원 서연관(스승)으로 들어온 정지운(로운)입니다. 지운은 눈앞의 세자가 자신이 알던 담이인 줄 모르고, 남자인 세자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로운의 ‘대형견’ 같은 매력과 박은빈의 ‘철벽’ 케미스트리는 극의 재미를 더하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달콤하기보다 위험합니다. 지운이 이휘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은 곧 ‘역모’이자 ‘기만’이 되어 두 사람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말하면 모두가 죽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을 잃는" 딜레마 속에서 서로를 지키려 애쓰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특히 서로의 정체를 알고 난 후, 군신 관계를 넘어 ‘연인’으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교환 씬들은 대사 없이도 꽉 찬 감동을 줍니다.
호위무사부터 정적까지, 촘촘하게 얽힌 관계도
‘연모’의 인물 관계도는 단순히 이휘와 정지운의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휘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충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현(남윤수): 이휘의 사촌이자 어릴 적부터 비밀을 알고 있었던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그는 이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연심조차 숨기며 묵묵히 곁을 지킵니다. 서브 남주 앓이를 유발하는 1순위 캐릭터죠.
김가온(최병찬): 말없이 이휘의 그림자가 되어주는 호위무사입니다. 그의 과거 서사가 밝혀지며 이휘와의 관계가 더욱 단단해집니다.
한기재(윤제문): 이휘의 외조부이자 권력의 화신입니다. 그는 이휘가 여자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합니다. 이휘가 넘어야 할 최종 보스이자 가장 큰 공포의 대상입니다.
20부작의 긴 호흡, 어디서 볼 수 있나? (OTT 정보)
‘연모’는 총 20부작의 중장편 드라마입니다. 요즘 드라마들이 12~16부작인 것에 비해 호흡이 긴 편이지만, 아역 서사부터 정치적 암투, 그리고 클라이맥스까지 차근차근 빌드업되는 과정이 탄탄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현재 다시보기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전 회차 시청 가능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님에도 전 세계 톱10에 오를 정도로 화질과 자막 서비스가 훌륭합니다. 국내 이용자라면 KBS와 연계된 웨이브(Wavve)를 통해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 왕관을 벗고 '나'를 찾은 해피엔딩
※ 이 단락에는 드라마의 최종 결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는 비밀을 덮어두고 왕으로 사는 ‘반쪽짜리 해피엔딩’을 거부합니다. 이휘는 외조부 한기재와의 최후 결전에서 그를 독살하고 자신도 죽음을 각오하는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왕 이휘’는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대신 이현이 왕위를 계승하여 성군이 되는 길을 택합니다.
궁 밖으로 나온 이휘는 비로소 남의 이름이 아닌 본연의 이름 ‘담이’로서의 삶을 되찾습니다. 마지막 장면, 바닷가 마을에서 정지운과 함께 사냥을 하고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동안 억눌렸던 숨을 토해내는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곤룡포를 벗고 여인의 한복을 입은 박은빈의 환한 미소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이든 당신의 삶은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국 ‘연모’는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시스템에 의해 지워졌던 한 인간이 껍데기를 깨고 온전히 ‘나’로 서기까지의 치열한 성장통이자 투쟁기였습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박은빈이 증명한 '한계 없는 배우'
이 작품 이전까지 박은빈은 ‘청춘시대’의 송지원이나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팀장처럼 당차고 밝은 이미지로 기억되었습니다. 하지만 ‘연모’를 통해 그녀는 성별까지 뛰어넘는 연기력을 증명하며 ‘대상 배우’로서의 자격을 입증했습니다. 차가운 옥좌 위에서 흘리던 그녀의 눈물을 기억하신다면, 이번 주말 다시 한번 정주행하며 그 먹먹함을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