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탐정 결말 OTT, 박은빈의 서늘한 호러 도전

오늘의 탐정

 

보통의 수사물은 범인을 잡고 수갑을 채우면 끝이 납니다. 하지만 범인이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범인을 잡아야 할 탐정조차 사람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바로 이 기묘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KBS의 숨겨진 수작입니다. 2018년 방영 당시에는 대중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장르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한국판 콘스탄틴과 셜록의 만남"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했었죠.

무엇보다 이 작품을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박은빈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어둡고, 처절하며, 동시에 강인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밤의 공포물처럼 시작해서 가슴 먹먹한 휴머니즘으로 끝나는 이 독특한 드라마의 줄거리와 인물 관계, 그리고 현재 시청 가능한 OTT 정보와 결말까지 에디터의 시선으로 꼼꼼하게 파헤쳐 드립니다.

귀신 잡는 만렙 탐정,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의 분노였다

드라마의 도입부는 전형적인 탐정물처럼 보입니다. 아동 실종 사건을 의뢰받은 사립탐정 이다일(최다니엘)과 그의 열혈 조수 정여울(박은빈)이 사건을 추적하죠. 하지만 1~2회 만에 드라마는 시청자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반전을 던집니다. 바로 주인공 이다일이 수사 도중 사망하여 귀신이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육체를 잃고 영혼만 남은 탐정이라니, 설정부터가 기가 막히지 않나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공포를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와 놀래키는 ‘점프 스케어’ 방식보다는, 사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분노와 억울함을 파고드는 심리적 공포가 주를 이룹니다. 악귀 선우혜(이지아)는 사람들을 직접 죽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너 저 사람 죽이고 싶지 않아?"라고요. 약해진 마음을 틈타 범죄를 부추기는 이 방식은, 물리적인 폭력보다 ‘전염되는 악의’가 얼마나 섬뜩한지를 뼈저리게 보여줍니다.

우영우 이전에 정여울이 있었다, 박은빈의 단단한 눈빛

우리가 아는 박은빈 배우는 주로 밝고 씩씩하거나, 전문직 여성의 스마트한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탐정’ 속 정여울은 다릅니다. 그녀는 10년치 알바 경력으로 다져진 생활력 만렙의 청춘이지만, 동생이 기이한 자살을 한 뒤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처절한 인물입니다. 동생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도 주저앉아 울기보다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캐릭터죠.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최다니엘(이다일)과의 케미스트리였습니다. 이다일은 물건 하나 제대로 집을 수 없는 무력한 영혼이고, 정여울은 그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동맹’으로 그려집니다. 서로가 없으면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이 절박한 관계성 속에서, 박은빈은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슬픔과 결의를 동시에 표현해 냅니다. 그녀의 팬이라면 이 작품에서의 ‘건조하고 서늘한 얼굴’이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지아가 보여준 '선우혜', 빨간 원피스가 주는 원초적 공포

이 드라마의 공포를 담당하는 핵심 축은 단연 ‘빨간 옷의 여인’ 선우혜입니다. <펜트하우스>의 심수련으로 우아함의 정점을 찍었던 이지아 배우가 여기서는 소름 끼치는 악귀로 변신했습니다. 그녀는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살인을 사주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을 조종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선우혜가 무서웠던 이유는 그녀가 ‘순수한 악’처럼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논리나 이성으로 설득할 수 없는 존재, 그저 파괴하고 싶은 욕망만 남은 존재가 주는 공포감이 상당했습니다. 매회 등장하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의상은 회색빛 도시와 대비되며 시각적인 불편함(좋은 의미에서의 호러적 장치)을 극대화합니다. 악역이 매력적이어야 주인공이 빛난다는 법칙을 충실히 따른 캐스팅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없다? 확실하게 다시보기 가능한 루트 정리

방영된 지 몇 년이 지난 작품이다 보니 OTT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2026년 시점을 기준으로 확인해 본 결과, 아쉽게도 넷플릭스나 티빙에서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계약 만료 등 이슈). 가장 확실한 시청 방법은 웨이브(Wavve)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웨이브에서는 KBS 드라마 라이브러리를 충실히 보유하고 있어 전 회차를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KBS 공식 홈페이지의 VOD 서비스Apple TV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방송 당시 35분씩 끊어서 총 32부작으로 송출되었습니다. OTT에 따라 60분 기준 16부작으로 묶여 있을 수도 있고, 32부작으로 쪼개져 있을 수도 있으니 회차 확인 시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밤 11시쯤, 불을 끄고 웨이브로 정주행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싹함이 배가 되니까요.

스포일러 포함: 소멸 대신 선택한 공존, 시즌2가 시급한 이유

※ 이 단락에는 드라마의 핵심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호러물은 악귀를 퇴치하고 평화를 되찾으며 끝납니다. 하지만 ‘오늘의 탐정’의 결말은 조금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다일은 악귀 선우혜를 없애기 위해 그녀의 몸에 빙의한 채 자멸하는 길을 택합니다. "나를 잊지 말고 살아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여울의 눈앞에서 소멸하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클라이맥스였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년 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여행을 하며 마음을 치유한 정여울이 다시 탐정 사무소로 돌아왔을 때, 죽은 줄 알았던 이다일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는 여전히 영혼 상태지만, 악귀가 되어 사람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틈에 숨어있는 또 다른 악을 처단하는 ‘수호신’ 혹은 ‘다크 히어로’ 같은 존재로 남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짓고, 또 다른 의뢰를 해결하러 나가는 모습은 닫힌 결말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이 엔딩 때문에 방영 직후 시즌2 제작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 두 사람의 모습은 공포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습니다.

여름밤이 아니더라도 서늘함이 필요할 때 꺼내볼 수작

‘오늘의 탐정’은 완벽한 드라마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늘어지는 전개나 개연성의 구멍이 보인다는 비판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박은빈, 최다니엘, 김원해 등 배우들의 열연과 ‘마음의 병이 만드는 공포’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만으로도 정주행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화려한 CG나 깜짝쇼 대신, 인간 내면의 어둠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 이 드라마를 꺼내보시길 권합니다.